역사와 현실

기독교와 이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

얼마 전 프랑스에서 2015년 무함마드를 풍자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소재로 표현의 자유에 관한 수업을 했던 역사교사 사뮈엘이 체첸 출신의 18살 소년에 의해 살해당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교사가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그를 살해했고, 살해 현장의 목격자들은 범인이 범행을 저지르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고 전했다. 범인은 사건 현장에서 저항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국내 언론들은 이 사건을 알라신을 믿는 나이 어린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벌인 테러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왜 비슷한 성격의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 간의 갈등과 충돌은 1000년 넘게 지속되어 왔고 이런 불행한 역사의 저변에는 상대에 대한 무지, 오해와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알라신이라는 용어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다. 기독교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쿠란에 따르면 이슬람교도들은 유대교와 기독교인들이 숭배하는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유럽 기독교인들은 이슬람을 유럽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동양적 종교라고 생각하고, 한국 사람 대다수도 이슬람교가 기독교와는 완전히 다른 종교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식과는 달리 역사적으로 기독교와 이슬람은 많은 것을 공유한다. 기독교와 마찬가지로 이슬람도 유대교의 경전인 구약을 수용하며, 그래서 쿠란에 나오는 28명의 성인 중 21명이 기독교의 성인이기도 하다. 기독교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수태를 알린 천사 가브리엘은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에게 하나님의 계시를 전달한 천사이다. 그리고 두 종교 모두는 최후의 심판과 천국이라는 교리를 가지고 있으며, 한때 천국에는 하나님께서 창조한 아담과 이브가 살았다고 믿는다. 기독교에서는 이브와 아담이 뱀의 유혹에 넘어가 원죄를 짓고 낙원에서 추방되었지만, 이슬람에서는 하나님께서 이블리스라는 천사의 유혹에 넘어간 아담과 이브를 용서하셨다. 기독교에서는 이브가 금지된 열매를 먼저 먹었다면, 이슬람에서는 아담이 먼저 맛보았다.

 

아담과 이브에 관한 이야기에서 차이가 있지만 두 종교를 적대적으로 만든 핵심 교리상의 차이는 예수에 관한 입장이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를 성부인 하나님으로 믿는다. 반면 이슬람교에서 예수는 하나님이 보낸 여러 예언자 중 한 명이며, 무함마드는 하나님께서 보낸 마지막 예언자이다. 그래서 이슬람교도들은 예수를 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위대한 예언자로 경배한다.

 

유일신 하나님을 믿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는 오랜 역사 동안 반목하고 때론 전쟁을 불사했다. 헌팅턴이 자신의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 간의 충돌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종교 간의 평화와 공존을 이룰 수 있을까? 2014년 터키를 방문한 교황 프란치스코는 종교적 광신주의(fanaticism)와 근본주의(fundamentalism)에 맞서기 위해 종교 간의 대화를 제안했다.

 

<남종국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