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물상지 (1) 썸네일형 리스트형 현충사 현판과 ‘완물상지’ “시중에 임금의 글씨를 한껏 치장해서 병풍이나 족자를 만드는 풍조가 일고 있습니다. 임금의 도리가 아닙니다.” 1492년(성종 23년) 대사헌 이세좌의 상소문이다. “임금이 고작 서예 같은 하찮은 기예를 자랑하는 게 될 말이냐”면서 “제발 자중 좀 하라”고 꼬집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다만 영돈녕(종친부 업무를 관장하는 종1품)에게 몇 점 내렸을 뿐인데, 이게 유출된 것인가.” 성종은 변명을 늘어놓으며 “경은 어디서 (내) 글씨를 보았다는 거냐”고 발뺌했다. 이세좌는 굴하지 않고 “신승선·윤은로·윤여림의 집에서 똑똑히 보았다”고 증거를 들이댔다. 아니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면서, 글씨 잘 쓰는 것이 무슨 허물인가. 하물며 지존인 임금이 ‘명필 자랑’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건가. 이 대목에서 이세..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