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기자
ㆍ국민과의 소통, 왜 못하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2월26일 일요일 아침, 취임 3주년을 맞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에 나섰다. ‘참여정부 3돌’을 기념하며 기자들과 소탈하고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마련된 조촐한 행사였다. 이날 코스는 삼청터널 초입에 위치한 군 초소에서부터 그해 4월부터 일반 국민에게 개방된 숙정문을 지나 북악산 정상 아래 동산쉼터까지 오르는 2.6㎞였다.
1시간가량 이어진 산행에서 노 전 대통령은 취임 3주년에 대한 소회를 풀어냈다. “대통령 임기 5년은 긴 것 같다. 대통령이나 정부, 국회가 5년 계획을 세워 제대로 일을 하려면 중간에 선거가 너무 많은 것은 좋지 않다”며 임기문제를 거론했다. 아마도 지방선거 결과를 대통령 중간평가로 몰고가려는 당시 야권인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를 차단하고, 임기가 달라 제각각인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선거 일정을 맞추기 위한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듯싶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개헌문제를 끄집어내 쟁점화하고 추진해 나가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지만 개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산행을 마친 노 전 대통령은 평창동의 한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는 남은 임기 2년의 국정운영 우선순위로 양극화 문제 해소를 거론했다. “국민들의 안정된 삶, 지속적인 성장, 사회통합을 위해 양극화 해소에 우선순위를 두겠다. 양극화 문제는 반드시 해소해야 하며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강조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2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들과 산행을 가졌다. 산행을 마친 후엔 일반 음식점이 아닌 청와대 경호처 식당에서 막걸리 반주에 설렁탕 점심을 했다. 코스도 5년 전과 같은 북악산 자락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철저히 말을 아꼈다. 구제역과 전세대란 등 민생문제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고 개헌문제도 즉답을 피했다. 5년 전 같은 취임 3주년 산행에서 적극적으로 양극화 심화 문제와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던 노 전 대통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경향신문의 이 대통령 취임 3주년 설문조사 결과 국민 절반 이상(54%)이 참여정부 때보다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 63%가 국정운영에서 여론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불통’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소통의 긴축을 고수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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