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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독일 V2 로켓 런던 공격

김준기 기자
 
ㆍ인류 최초의 탄도미사일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를 향해 가던 1944년 9월8일. 영국 런던은 거대한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공중 폭격은 폭격기들이 날아와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이 전부였다. 폭발이 일어났으나 런던 상공에는 단 한 대의 폭격기도 보이지 않았다. 런던 시민들과 영국 방공당국은 경악했다. 영국인들이 ‘악마의 사자’라고 부른 독일군의 로켓 V2였다. V2는 인류가 만든 최초의 탄도미사일이자, 미국의 우주 개척시대를 연 주역이기도 하다.
 
‘V’라는 명칭은 보복무기(Vergeltungswaffe)라는 독일어 머리글자에서 따왔다.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를 보복하기 위해 만든 무기라는 의미다. 길이 14m, 무게 13t에 최대 속도가 음속의 4배 가까운 시속 5760㎞, 항속거리는 330㎞에 달했다. 탄두에 1t 가까운 폭탄을 실을 수 있었다.

V2는 에탄올과 물의 혼합연료와 액체산소로 추진되는 1단 로켓이다. 이 액체연료 로켓의 개념은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고다드가 1926년 처음 개발했다. 그러나 고다드의 연구는 당시 인정받지 못했고, 미 국방부는 실용화를 외면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기술에 가장 큰 흥미를 가진 것은 독일의 나치였다.

독일에서 로켓 개발을 주도한 인물은 베르너 폰 브라운이다. 독일 육군 병기국에서 근무하던 폰 브라운은 히틀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1932년 독일 북부 발트해 연안의 작은 섬 피네뮨데에 독자적인 로켓 연구소를 세웠다. 폰 브라운은 V2에 앞서 항공폭탄인 V1 등을 개발했다. 드디어 1942년 6월13일 V2의 첫 시험발사가 성공했다. V2는 그해 8월16일 음속을 돌파했고, 1943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독일은 대형트럭을 이용한 이동발사 방식도 개발해 V2를 실전에 사용할 수 있었다.

V2는 1945년 3월까지 총 3200여발이 발사됐다. 벨기에의 안트베르펜을 향해 1610발, 런던을 목표로 1358발이 집중 발사됐다. 그러나 유도장치가 정밀하지 못해 목표지점의 수㎞ 밖에 떨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백㎞ 떨어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사돼, 요격이 불가능한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V2는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V2의 맹폭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전쟁에서 졌고,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은 V2 기술 확보 경쟁을 벌였다. 폰 브라운은 소련군에 잡히지 않기 위해 미군에 자수했다. 미군은 그를 비롯한 126명의 연구원과 수백발의 V2를 미국으로 가져갔다. 폰 브라운은 미군을 위한 유도미사일을 개발하다 1958년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 책임자로 임명돼 우주로켓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V2에서 시작된 미국의 로켓기술은 1969년 인간을 아폴로 11호에 실어 최초로 달에 보내는 성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