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어제의 오늘

1991년 미국서 ‘바이오스피어2’ 실험 시작

목정민 기자

ㆍ실패로 끝난 또 하나의 지구

“‘세상에, 이산화탄소가 또 1PPM 상승하다니! 오늘은 운전하지 말아야겠다, 나무를 심어야겠다, 아니면 오늘은 천천히 숨을 쉬고 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바이오스피어2 안에서 그런 것들을 생각해야 했어요.”(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 참가자 린다 레이 인터뷰 중)

 

1991년 9월26일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제2의 지구’ ‘바이오스피어2’가 등장했다. 미래 유인 우주기지 건설을 대비한 생태계 조성 실험이면서 인간 생태계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1.275㏊ 넓이의 유리 온실 안에 열대우림, 바다, 사막, 인간거주지, 농지를 조성해 현재 지구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갖췄다. 외부와의 물질 교환은 전혀 없었다.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에너지는 오직 햇빛 뿐. 또 하나의 지구(바이오스피어1)라는 뜻에서 바이오스피어에 숫자 1이 아닌 2가 붙었다.


남녀 8명이 이곳에 살겠다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기간은 2년. 직접 벼, 토마토 등 150여종의 농작물과 돼지 등 4000여종의 생물을 키우며 자급자족 생활을 했다.

과학이 자연생태계마저 완벽히 재현해낼 수 있었을까. 시작은 좋았다. 6개월간은 대기 중 산소 농도도 정상 범위였다. 8명간의 우애도 좋았다.
그러나 이후가 문제였다. 바이오스피어2에서 산소 농도가 급락해 정상범위인 22%에서 한때 15%까지 떨어졌다. 유기 토양에서 박테리아의 양이 정상치 이상으로 늘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급증했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높은 나팔꽃을 심어 해결하려했으나 오히려 이상증식을 하면서 다른 생물의 생장을 방해했다. 기후가 변해 곤충이 죽었다. 꽃가루 운반이 안돼 식물의 수정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바다는 산성화됐고 석회질 산호를 녹였다. 생태계가 고장나기 시작한 것이다.

제2의 지구를 최초 경험한 이들 8명은 영양부족으로 피골이 상접해졌다. 파벌을 만들고 서로 다퉜다. 멤버 중 한명이 다른 멤버에게 침을 뱉기도 했다. 참가자들과 경영진의 갈등도 극에 달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바이오스피어2 실험을 ‘인간 실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구가 멸망하면 바퀴벌레 같은 하등생물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더 이상 되돌아갈 또 하나의 지구가 없다. 바이오스피어2 실험의 실패는 인간이 운좋게 겪은 한 편의 묵시록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