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으로 보는 ‘그때’

1992년 6월3일 리우 환경회담 개막과 캐나다 12살 소녀의 외침

1992년 6월 전 세계 100여개국 정상을 비롯해 185개국 대표들이 ‘환경정상 회담’을 갖기 위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모였다.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라는 공식 명칭을 쓴 이 회담은 이산화탄소 방출 규제를 통한 지구온난화 방지 및 동식물·천연자원 보호 등 두 가지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가 ‘하나뿐인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고하는 회의였다면, 리우 환경회담은 지구를 살리기 위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경향신문은 그해 6월3일자 1면에 ‘리우 환경정상회담 개막’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회담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은 지구 환경보전을 위해 시급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쉽사리 의견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방안 마련과 비용문제에 대해서는 각국의 이해가 크게 엇갈려 환경보전 협약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리우 환경회담에서 각국 대표들은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행동 계획을 담은 지침서 격인 ‘아젠다 21’을 채택했으나 구속력 있는 실행방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기후변화협약’은 미국의 반대로 이산화탄소 규제 및 기한을 규정한 문구를 넣지 못했고, ‘생물학적 다양성 보전조약’은 미국 측이 유전자원 개발에 관한 지적 소유권 보전을 이유로 막판까지 버티는 바람에 조인에 이르지 못했다. 또 삼림 보전의 원칙도 개발권을 주장하는 각국의 이해가 엇갈려 ‘보전의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리우 환경회담에선 캐나다의 12살 소녀 세번 스즈키의 연설문이 발표돼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합의문 채택에 미온적이었던 각국 대표단을 머쓱하게 했다. 스즈키는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께’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여러분은 오존층에 난 구멍을 수리하고, 죽은 강으로 연어를 다시 돌아오게 하고, 사라져 버린 동물을 되살리고, 사막이 된 곳을 푸른 숲으로 되살려 놓을 능력이 없습니다. 고칠 방법을 모른다면, 제발 망가뜨리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 회의를 열고 있는지를 잊지 마십시오!”라고 일갈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전 세계 196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개막됐다. 환경전문가들은 파리 총회에서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구의 운명을 가를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될 파리 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23년 전 리우 환경회담에서 스즈키가 전 세계인을 향해 외친 “죽어가는 지구를 살려달라”는 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하나뿐인 지구를 살릴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박구재 기획·문화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