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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주택복권 첫 발매

김준기 기자 
 
ㆍ“준비하시고 쏘세요” 대박 꿈 쏘다

최근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연금복권의 인기가 높다. 고액의 당첨금을 한꺼번에 받는 일반 복권과 달리 1등 당첨자가 매월 500만원씩 20년 동안 연금을 받는 안정적인 당첨금 수령 방식이 주목을 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끔씩 1백억원대가 넘는 1등 당첨금이 나오는 온라인 복권 ‘나눔 로또’를 비롯해, 추첨식과 즉석식으로 구분된 인쇄 복권과 인터넷 복권 등 총 12종의 복권이 정기적으로 나오고 있다.
 
복권은 고대 중국과 로마시대에도 있던 제도다. 한국에서는 조선 후기, 상자 속에 계원의 이름이나 번호를 쓴 알을 넣은 뒤 통을 돌려 나오는 알로 당첨을 결정한 산통계 등이 복권의 원조라 할 수 있다. 국내에 판매된 최초의 근대식 복권은 일제가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7월 군비 조달을 위해 발매한 승찰이라는 복권이다.
 
한국에서 발행한 최초의 근대적 복권은 1947년 12월 나온 올림픽 후원권이다. 1948년 제14회 런던올림픽 참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만 판매했다. 이후 이재민 구호를 위한 복권이나 한국전쟁 복구 자금 마련을 위한 복권, 산업박람회 경비 충당용 복권 등이 발행됐지만 모두 일회성이었다.

매주 또는 매월 정기적으로 나오는 정기발행복권의 효시는 1969년 9월15일 발행된 주택복권이다. 한국주택은행법에 따라 주택은행이 판매한 이 복권은 무주택 군경 유가족, 국가 유공자, 파월장병 등의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발행 초기 액면가는 100원, 1등 당첨금은 300만원으로 총 50만매씩 월 1회 발행했다. 초기에는 서울에서만 판매했다. 당시 서울의 서민 주택가격이 200만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1등 당첨금은 집을 살 만한 수준이었다.

주택복권은 1973년 3월부터는 주 1회 발행으로 규모가 확대됐고, 1등 당첨금도 1978년 1000만원, 1983년 1억원 등으로 계속 올라갔다. 2000년대 들어서는 1등 당첨금이 5억원까지 올라갔으나 당첨 확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억원으로 환원됐다가, 다시 3억원으로 올라가는 등 오르락내리락했다.주택복권은 1981년부터 텔레비전을 통해 추첨방송이 시작됐다. 추첨은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당첨 번호가 적힌 원판에 화살을 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추첨방송 중 사회자의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멘트가 유명세를 탔고, 주택복권은 대표 복권으로 자리를 잡았다.그러나 2002년 로또가 나오면서 주택복권의 인기는 급격히 떨어졌다. 2006년 들어 전체 복권 판매액의 95%를 로또가 차지하는 상황에 이르러 주택복권은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그해 4월 37년간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했던 주택복권은 발행이 중단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