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어제의 오늘

1986년 영광 원전 1호기 완공

김준기 기자

ㆍ일본 대지진 뒤 원전 반대 목소리 커져

한국에는 현재 21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국내 전체 발전량의 35%를 차지한다. 설비용량으로 보면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독일에 이은 세계 6위의 원자력발전 대국이다. 2009년 12월에는 한전컨소시엄이 한국형 원전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이 발주한 186억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 사업을 수주했다. 한국형 원전의 첫 수출이자, 단일 프로젝트 해외수주금액으로 역대 최대다. 정부는 원자력발전 32년 만에 세계 원전 열강 대열에 진입했다며 환호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2024년까지 원전을 35기로 늘려 원전 비중을 48.5%로 높이는 5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변했다. 지난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파괴돼 방사능 오염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면서 원전의 공포가 세계를 뒤덮었다. 한국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만 여겨왔던 원전을 안전성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과거에도 원전을 반대하는 주장이 있었으나 환경단체 위주의 원전 폐기물에 대한 논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원전이 과연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1986년 8월25일 전남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 서해안변에 가압경수로형 원전인 영광 원전 1호기가 완공돼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한국 최초의 원전은 1978년 4월 완공된 고리 1호기다. 이어 1986년까지 고리 4호기가 만들어졌고, 1983년 월성 1호기에 이어 영광 1호기는 국내 6번째 원전이다.

옛 한국전력공사 주도로 건설된 영광 1호기는 현대건설이 시공업체로 참여하고 한전기술이 현장설계와 공사감리업무에 참여해, 설계와 기자재 분야에서 국산화율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원전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와 터빈발전기는 여전히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공급했다.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하는 한국형 원전은 1995년에 완공된 영광 3호기가 시조다. 영광 원전은 정부가 자랑하는 한국 원전 기술의 출발점인 셈이다.

영광 원전은 1호기 완공 이후 2002년 12월까지 6호기가 만들어지면서 국내 최대의 원전 단지가 됐다. 다국적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가 지난 6월14일 환경감시선인 ‘레인보우 워리어호’를 타고 원전 반대 해상 시위를 벌인 곳도 영광 원전 앞바다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국내에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난 4월12일 고리 1호기가 전기계통 고장으로 가동을 멈췄다. 고리 1호기는 이미 설계 수명 30년을 훌쩍 넘은 노후 원전이다. 시민단체와 야당 등에서는 고리 1호기의 가동중단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문제가 된 전기차단기 교체와 안전점검을 마친 뒤 26일 만에 발전을 재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