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에서 읽는 오늘

3의 마력

김태희 | 실학21연구소 대표



2013년 3월3일. 삼겹 3이 눈길을 끈다. 3은 ‘최소 다수’가 주는 충분함과 간명함에서 비롯된 몇 가지 마력이 있다. 우선 최소 3은 돼야 다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많으면 번거로워 과유불급이다. 세 가지면 충분히 다 말하면서도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3에 주목한다. 만세의 스승 공자도 교육에 ‘세 가지’를 잘 활용했다. <논어>의 첫 부분은 세 가지로 시작했다.


한 유방이 진의 관중을 장악했을 때, 진의 가혹하고 번잡한 법령들을 폐지하고 단 3조항으로 된 약법삼장(約法三章)을 제시해 민심을 얻었다. 그가 천하를 얻는 데는 3인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후세에 ‘삼걸(三傑)’로 불리는 ‘장량, 소하, 한신’은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고 결합시켰다.


세 사람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사람 많은 시장 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두 사람이 말하면 믿지 못하던 사람도 세 사람이 말하면 믿게 된다. <한비자>에 나온 이야기다. 실제로 한 방송국이 실험을 했다. 먼저 거리에서 한 명이 한 방향을 쳐다보게 했다. 행인들은 무관심했다. 두 명이 쳐다보아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세 사람이 한 방향을 쳐다보고 있자 행인들도 따라서 쳐다보았다. 3은 일종의 티핑포인트였다.


진정한 세 사람은 다중에 맞먹는다. 안영이 노나라를 방문했을 때, 소공이 물었다. “속담에 ‘세 사람이 함께하면 헤매지 않는다’고 했는데, 지금 나는 온 나라 사람들과 함께 나라를 걱정하는데도 나라가 어지러움을 벗어나지 못하니, 왜 그런가?” 


안영이 답변했다. “한 사람은 틀려도 두 사람이 맞으면 세 사람은 충분히 다중이 됩니다. 그래서 ‘세 사람이 함께하면 헤매지 않는다’고 말한 것입니다. 지금 노나라의 신하들은 천, 백을 헤아리지만 모두 한 사람의 이익에 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람 수는 많으나 말하는 것은 한 사람과 같으니, 어찌 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한비자> ‘내저설 상’과 <안자춘추> ‘내편 문하’에 나온 이야기이다.


가운데가 관우, 왼쪽은 유비, 오른쪽은 장비이다. (경향신문DB)



삼국지 이야기는 ‘유비, 관우, 장비’의 3인이 도원결의를 함으로써 시작된다. 이들은 제갈량을 세 번 찾아가서야 그의 마음을 얻었다. 제갈량의 ‘천하 삼분지계’는 양자 대립의 구도에서 약자가 세력을 도모하는 방략이었다. 중간의 틈바구니에 서는 것이 아니라, 서쪽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근거를 마련하고, 두 강자의 대립을 최대한 활용했다. 


3자 정립은 상호 견제와 균형으로 역동적 안정성을 갖는다. ‘세 가지’의 실용성, 최초 또는 핵심 ‘3인’의 힘, 그리고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제3’에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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