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에서 읽는 오늘

이익의 당쟁 해법

김태희 | 실학21연구소 대표


성호 이익은 두 살 때 아버지가 유배지에서 죽었다. 당쟁의 결과였다. 그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던 둘째 형은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노론을 비난하는 상소를 했다가 역적으로 몰려 매 맞아 죽었다. 역적 집안의 성호는 관직에 대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공부 대신 학문에 전념했다.


조선후기 당쟁의 결과는 참혹했다. 붕당(朋黨) 사이의 투쟁, 즉 당쟁은 왜 일어나는 걸까? 그때마다 당쟁의 명분은 거창했다. 그러나 성호는 ‘붕당론’에서 당쟁의 원인이 이익추구라고 단정했다. “붕당은 싸움에서 생기고, 싸움은 이해관계에서 생긴다. 이해관계가 절실할수록 붕당은 깊어지고, 이해관계가 오래될수록 붕당은 공고해진다. 형세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 학자 성호 이익 (출처 :경향DB)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었다. “굶주린 열 사람이 한 그릇 밥을 함께 먹다가 다 먹기도 전에 싸움이 난다. 그 까닭을 따져 물으면, 말이 공손하지 않은 사람이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 다른 날 또 열 사람이 함께 밥을 먹다가 다 먹기도 전에 싸움이 일어난다. 그 까닭을 물으면 낯빛이 공손하지 않은 사람이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 다른 날 또 그런 일이 일어나 그 까닭을 물으면, 동작이 방해되는 자가 있어서 그랬다고 한다.”


먹을 사람은 많은데 밥그릇은 적다. 말이 어떻다, 동작이 어떻다 이런저런 명분으로 꾸며대지만, 결국은 이익 다툼이다. 당쟁에 대한 도덕적 수식을 걷어내고 실체를 주목한 성호의 진단에 공감하는 독자들이 많으리라.


성호 이익 선생의 문집. (출처 : 경향DB)


그렇다면 성호의 처방은? 과거(科擧) 횟수와 합격자를 줄여 관직을 둘러싼 붕당 간의 경쟁 가능성을 미리 제거하는 것이었다. 관직도 많이 주지 말고 발탁도 가볍게 하지 말아서, 다툴 이익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이러한 처방에 독자들은 얼마나 공감할지.


얼마 전 정치쇄신책으로 국회의원의 정원을 축소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비판이 배경이었다. 그런데 입법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 국민의 선거로 선출된 만큼 민주적 정당성이 큰 입법부의 역량이 행정부와 사법부에 비해 뒤지는 것은 문제다. 그런가 하면 정원 축소는 본래 의도와 달리 국회의원 한 사람의 특권을 한층 강화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치에서는 착한 의도가 나쁜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익추구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익에 따라 나뉘고 결합한 붕당 현상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독점에 있다. 독점은 정치를 사라지게 한다. 공익상 필요에 따른 정원제한도 곧잘 특권이 되어 사회적 폐해를 낳곤 한다.오히려 참여는 확대하되, 공존하면서도 경쟁하는 규범을 공유할 때 정치는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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