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으로 보는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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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 요청 경향신문 1997년 11월22일자는 한국 정부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공식 요청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다루고 있다. 이른바 외환위기의 공식 선언인 셈이다.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할 때까지 한국 정부는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이상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했지만 결국은 국가 부도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신문은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21일 오후 10시 정부 1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단 유동성 조정자금 200억달러 이상을 IMF에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자 3면에 실린 ‘IMF 구제금융요청’이라는 제목의 사설은 어쩌다 나라꼴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라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확정돼..
1988년 10월 16년 만에 부활된 국감 ‘MB, “4대강, 실수 있어도 문책 않겠다” 약속’(10월14일), ‘공약 파기 집중 추궁 ‘박근혜 국감’ ’(10월15일), “기초연금 ‘국민연금 연계’, 연금위원 모두 반대했다”(10월16일), ‘국정원 직원, 트위터에 “문재인 주군은 김정일” ’(10월21일), ‘윤석열, “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격노”(10월22일)…. 올해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14일 이후 경향신문에 보도된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이들 기사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의원들이 내놓은 국감 자료이거나 국회 국감장에서 폭로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정치적 댓글작업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도 이번 국감에서다. 이처럼 국감은 기자들의 취재나 접근이..
1972년 10월 유신독재 체제 출범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1972년 10월17일 초헌법적 비상조치를 취한다. 독재체제의 구축을 위한 유신헌법 제정에 나선 것이다. ‘한국적 민주주의의 토착화’라는 미명 아래 단행된 10월 유신체제는 대통령 간선제, 언론 탄압, 의회의 권한 제한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 특히 긴급조치 9호는 국민의 판단과 선택권을 원천 봉쇄하면서 유신독재 체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색출해 엄단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 경향신문은 1972년 10월18일자 1면에 ‘전국에 비상계엄 선포’라는 제목 아래 박정희 대통령의 특별선언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박 대통령은 17일 하오 7시를 기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특별선언을 통해 국회 해산, 정당 및 정치활동의 중지를 포함한 약 2개월간 헌법 일..
1979년 10월 부마항쟁 1979년 10월18일자 경향신문은 1면에 부산에 비상계엄령이 내려졌다고 전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부산학생소요사태’와 관련해 헌법 제54조에 따라 이날 0시를 기해 부산 일원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언론·도서·출판에 대한 검열이 실시되고, 야간통행금지시간(당시는 0시부터 오전 4시까지가 통금시간)을 연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날자 8면은 왜 비상계엄령이 내렸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치안본부(현재 경찰청)는 16일과 17일 연이틀 야음을 틈타 일부 학생들과 불량배가 난동을 부렸다고 밝히고 있다. 부산대·동아대 학생 3000여명이 교내에서 정권타도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저녁에 부산시내 번화가에 집결해 파출소에 돌을 던지며 기물을 파괴했다는 것이다. 경찰의 공식 피해 상황은 경찰 ..
1990년 11월 한글날 공휴일서 제외 경향신문은 1990년 11월2일 “내년부터 국군의날(10월1일)과 한글날(10월9일)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정부는 한글날과 국군의날을 법정 공휴일에서 뺀 것은 우리나라의 공휴일(19일)이 80개국 평균 공휴일(13.4일)보다 많으며 10월에 휴일이 편중돼 과소비 풍조를 조장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다음 월요일에 쉬도록 한 ‘익일휴무제’도 폐지한다고 고시했다. 23년 전에 폐지됐던 한글날 공휴일제가 올해부터 다시 부활됐다. 지난해 정부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관공서나 학교, 기업 등은 한글날에 업무를 보지 않는다. 1..
1995년 3월 전세난 전셋값이 급등세를 지속하면서 서민들의 주거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다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폭등하는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외곽지역으로 밀려나는 전세난민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경향신문은 1995년 3월8일자 사회면에 ‘아파트 전세 별따기…수도권 값 폭등’을 머리기사로 실었다. 기사는 “강남·송파 등 서울의 일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1주일 전보다 대형 기준 전셋값이 2000만~3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그나마 매물이 달려 중개업소에 미리 예약하고 매물 나오기를 기다리는 품귀현상마저 일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세난으로 서울에 살던 전세 세입자들은 신도시로, 신도시 주민들은 다시 변두리로..
1988년 9월 서울올림픽 개막 경향신문 1988년 9월17일자는 서울올림픽 개막을 다루고 있다. 전체 28개면 가운데 27개면을 할애했을 정도로 서울올림픽에 열광했던 당시 분위기를 잘 전해주고 있다. 북한은 끝내 참가하지 않았지만, 당시로서는 12년 만에 동서(공산권과 서방국가)가 함께 참가한 올림픽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 당시는 서방국가들이 참가를 거부하고, 1984년 미국 LA올림픽 때는 구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이 참가를 보이콧했다. 선수단 규모도 역대 가장 많은 160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 1만3626명이 참가했다. 분단의 시련을 극복한 한국 국민과 올림픽의 고귀한 정신에 공감하는 모든 세계인들이 함께 이룩한 영광인 동시에 21세기로 진입하는 위대한 이정표라고 당시 박세직 대회조..
유성환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 경향신문은 1986년 10월17일 1면에 국회의 신민당 유성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통과를 머리기사로 내보냈다. 전날 유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놓고 국회에서는 적잖은 승강이가 벌어졌다. 야당인 신민당 의원들이 완강히 반대하면서 본회의장에서 열려고 했던 회의가 3차례 무산된 뒤 회의장을 바꿔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경호권이 발동됐고, 오후 5시에 열려고 했던 회의는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이날 투표 결과는 재적의원 275명 가운데 민정당 의원 146명과 무소속 의원 1명 등 147명의 전원 찬성으로 나타났다.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지난 4일 국회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출석의원 289명 가운데 258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표결 직후 이 의원은 강제구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