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으로 보는 ‘그때 그 사람’

‘못 말리는 검사’ 홍준표, 막말하는 ‘홍 트럼프’ 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62)만큼 거친 언사로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정치인도 드물다. 그에겐 별명도 많다. 서울지검 검사로 재직할 당시 모래시계 검사’ ‘돈키호테로 일컬어졌던 그는 국회의원 시절에는 화를 자주 낸다고 해서 버럭 준표’, 의원들 기강을 잡는다고 해서 홍 반장으로 불렸다. 최근에는 막말을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 빗대 홍 트럼프’ ‘막말 준표란 별명이 그의 이름 석자 앞에 붙고 있다.

 

 

경남 창녕 소작농 집안의 2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홍 지사는 가난에 짓눌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합천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매일 10(4)를 걸어 등교했고, 점심은 수돗물로 때운 적이 많았다. 대구로 이사와 영남중·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동생이 방직공장을 다니며 학비를 댈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울산 현대조선소에서 일당 800원을 받고 경비원으로 일하던 아버지를 보며 세상을 바꿀 결심을 했다는 홍 지사는 1972년 고려대 행정학과에 진학한 뒤 사법시험에 매달렸으나 4차례나 떨어졌다. 대학 4년 내내 노랑 양말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녔던 그의 별명은 황당무계하다는 뜻의 무계(無稽)’였다.

 

5차례의 도전 끝에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재직하던 1993슬롯머신사건을 수사하면서 ‘6공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씨 등 정·관계 유력인사 10여명을 구속기소해 유명해졌다. 경향신문은 19971013일자 17면에 비록(秘錄), 문민검찰 특별조사실시리즈 두번째 기사로 홍준표 검사의 스토리를 다루면서 검찰의 틀 거부한 못 말리는 검사’”(사진)란 제목을 달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홍 지사는 1996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서울 송파갑)해 당선된 이후 4선에 성공했고, 20117월에는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됐다. 국회의원 시절 홍 지사의 거친 입은 숱한 논란과 파장을 불렀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이어졌을 때는 좌파세력의 촛불은 5년 내내 계속될 수 있는데 국가정보원은 월급 받고 뭐하는 집단인지 모르겠다고 했고, 그해 10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에 비유해 물의를 빚었다.

 

2012년 경남도지사로 선출된 이후 보편적 복지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반응을 보여온 그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데 이어 경남지역 초··고교의 무상급식을 폐지해 거센 반발을 샀다. 홍 지사는 지난달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던 여영국 경남도의원에게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막말을 퍼부었다.

 

지난달 25일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두둔하며 기존 정치인들의 언어와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막말, 품위 운운하는 것은 위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1995년 검사 시절 경험담을 풀어낸 <홍 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를 펴냈다. 그는 자신의 책 제목처럼 홍 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라는 세인들의 얘기를 듣고 있을까. 주변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는 그의 성향을 고려하면 막말소신 발언으로, ‘실수정의로운 행동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박구재 기획·문화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