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으로 보는 ‘그때 그 사람’

[경향으로 보는 ‘그때 그 사람’]좌충우돌 트럼프, 고장난 브레이크



좌충우돌 떠벌이가 큰일을 냈다. ‘천하의 바람둥이’이자 ‘막말 제조기’로 통하는 미국의 부동산 사업가 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이다. 지난해 6월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바람을 일으키더니 돌풍을 넘어 태풍이 됐다.

트럼프는 미국에서조차 요행과 투기로 성공한 사업가 취급을 받는다. 그의 아버지(프레드 트럼프)는 자수성가해 뉴욕에 2만4000가구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건설업자였다. 트럼프는 아버지에게서 부동산 사업을 배웠다. 일이 점점 따분해지면서 그는 몇 달러의 세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니 부자들에게 콘도 하나를 파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1976년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땅을 사들여 시설투자를 해서 이윤을 뽑아내는 방식이었다. 재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돈으로 돈을 버는 그의 사업 행태가 미국인들의 눈에도 그리 건전해 보이지 않았다.


1980년대 호텔, 카지노, 항공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거나 설립하며 엄청난 재산을 모아 ‘트럼프 신화’를 쓰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부동산 불경기가 오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자금난에 봉착해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처지에 몰려 항공사뿐 아니라 부동산도 팔아 근근이 버텼다. 그러던 중 1990년대 중후반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찾으면서 재기했다.

너저분한 사생활과 기행,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세 번 결혼했다. 첫부인 이바나 젤린코바와는 1977년 결혼해 2남1녀를 두었다. 부부 사이가 좋아 ‘황금 커플’로 불렸으나 트럼프의 부정으로 1991년 갈라섰다. 배우 겸 모델인 말라 메이플스를 정부로 두었기 때문이다. 그가 어려움에 봉착한 데는 성공에 크게 내조한 조강지처를 버리고 바람을 피워 신용을 잃은 것이 한몫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는 메이플스와 1993년 재혼했다. 그녀와의 사이에 난 두 살배기 딸과 함께 외출한 모습이 언론에 보도(경향신문 1999년 7월15일자 29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길게 가지 못하고 1999년 다시 파경을 맞았다. 지금은 세 번째 부인인 유고 출신 모델 멜라니아 트럼프와 살고 있다.

그는 독특한 취미와 취향을 가지고 있다. 그는 황금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래서 뉴욕에 있는 그의 빌딩을 금색으로 발랐다. 또 미국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를 적극 후원했고 그 공로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어 미스유니버스 조직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0년 대선에서 개혁당 소속으로 출마했으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나서며 트럼프는 장기인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히스패닉과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한미군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으로 공분을 샀다.

트럼프의 노이즈 마케팅은 성공적인 것 같다. 지지율에서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을 추월하기도 했다. 요즘 사기업 등에서 일하다 우연히 공무원이 된 사람을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고 한다. 이러다 트럼프가 ‘어대(어쩌다 대통령)’가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박종성 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