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유기정의 '옛날신문'

한국불교 조계종의 위기, 극복 가능한가

지난달 발생한 승려 도박사건을 시작으로 교계의 70%를 차지하는 한국불교 조계종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폭로된 동영상에서 보여지는 행태는 존경받는 청정스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속인들과 한치도 다를 바가 없어 더욱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도박이 아닌 놀이문화라 하여 진정국면을 찾고자 애쓰지만 종단 고위직 승려의 음주.흡연. 유흥업소 출입. 성문제 까지 거론되면서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2년전에 출입했다’ ‘간적은 있지만 계율은 지켰다라는 궁색한 해명이 오고간다. 또한 참회의 뜻으로 하는 108배라는 것은 사실상 재가불자들에게도 일상적인 수행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조계종 수행.재정 분리... 미흡한 쇄신안

                                  

 

 

종단은 사건발생 한달여 만에 쇄신안을 내놓았고 연일 야단법석(본래의 뜻은 들판에 단을 만들어 대중에게 법문하는 자리를 말함)을 열어 사부대중 (비구.비구니.남성불자.여성불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만 쇄신안이 실천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그 내용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며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다.

조계종의 문제들은 오래전에도 여러 형태로 불거져 나왔다. 종단의 이와 같은 끊이지 않는 분쟁의 원인은 권력이다. 부정이 거론되는 고위직 승려 체제에서 나온 쇄신안을 바라보는 마음이 위태로운 이유이다.

 

 

조계종 분규를 거슬러 올라가면 1954년 부터다. 이승만 대통령의 불교정화 담화문 발표로 촉발됐으며 내용인즉 일본식 불교를 폐지하고 무절제한 대처승들에게 고유의 사찰을 맡길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비구승들의 힘을 떠받게 됐고 그동안 기득권을 갖고 있던 대처승에게 대항하게 됐다. 이때 비구승들이 총무원을 점령하고 태고사를 조계사로 현판을 바꿔달게 됐다. 現조계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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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발생한 조계종 내분은 총무원장 외유중 저질러진 총무부장의 관악산 염불암 매각이 도화선이 됐다. 불교재산처리의 잡음과 지도부의 무능,종단행정의 난맥등을 쟁점으로 들수 있다.

자유당때 대처승들을 큰절에서 축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로인해 종단의 기강은 문란해 지고 말았다. 억지로 구성된 종회가 파벌을 남긴 것이다. 종단이 너무 비대화 되고 늙어 수술이 쉽지않은 지경에 이르며 신도들의 무관심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파벌은 지금까지 분쟁의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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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불행한 사태는 80년대 90년대 들어 점점 더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이다.

1983년 설악산 신흥사 살인사건은 사찰 주지 부임을 막으며 습격하는 11명의 스님들에게 1명이 숨지고 양쪽승려 6명이 중경상을 입은 폭력사건이다. 스님들이 막대기등 흉기를 들고 싸움을 벌인 것이다.

자비의 실천장인 신성한 사찰 경내에서 속인들도 범하기 어려운 살생을 불제자들이 저지른 사건이라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이것으로 승려 전체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둔 승려들이 일각에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계속되는 종단분규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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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총무원 난투극은 지금도 기억에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 총무원장의 3선연임 반대측과 지지측이 충돌하여 30여명이 부상했다. 총무원장이 주지로있던 동화사 승려들이 상경. 조계사로 진입하려다 농성중이던 범승가종단개혁주친위원회측 승려 백여명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경찰이 강제해산에 나서는 등 종단 최악의 내분사태가 빚어졌다. 이과정에 밧줄을 타고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다 추락한 스님이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총무원 경내는 유리창이 깨지고 기물이 부서지는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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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는 이번일을 계기로 수행과 포교, 종무 등에 일대 개혁을 맞아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출가자의 수행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던 불교계의 독특한 문화도 시스템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의 불교는 도가와 유가사상이 결합하여 받아들여지면서 계율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스스로를 대승불교라 칭하며 엄격한 계율을 준수하는 남방불교 수행을 소승불교로 구분한다.

불교종파의 정통성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붓다 생전의 설법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전파 됐더라도 무소유를 실천하며 일생을 수행하는 것이 부처의 가르침이 아니겠는가.

존경받는 선사 원효스님의 파계 겉모습만을 쫓고 싶은건 아닌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