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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개교

정진호 기자

ㆍ북한에서 가장 크고 위상 높은 대학

김일성종합대학은 북한에서 가장 큰 대학이자 사실상 유일한 ‘종합대학’이다. 북한에는 3개의 종합대학이 있는데 평양의 김책공업대학은 이공계 중심이고 개성의 고려성균관대학은 경공업 전문대학이기 때문에, 인문·사회·이공계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종합대학은 김일성대학뿐이다. 줄여서 ‘김대(金大)’라고도 부르지만 약칭이 ‘수령의 권위’를 손상시킨다고 해서 공식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다.
‘김일성 주석의 혁명사상과 근대 과학이론을 체득한 민족간부의 양성’을 설립 목적으로 하며 1946년 10월1일 문을 열었다.

일제 식민통치에서 해방된 후 새로운 사회 건설에 들어선 북한에서 인재 육성은 그 당시 가장 절박한 문제였다. 북한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민족 인텔리’가 아주 적었으며, 주민 대다수가 문맹상태였다.
해방 전 북한에는 대학이 한 곳도 없고 몇 개의 전문학교가 있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여러 분야의 인재를 동시에 양성할 수 있는 종합대학부터 서둘러 설립했다.

북한 내 김일성대학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제대군인·노동당원·김일성대학 졸업생, 이 세 가지 자격은 북한에서 최고 권력계층에 포함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입학도 까다롭다. 기본적으로 출신성분(대략 6촌까지 따진다), 정치조직생활(내신 수행평가), 입학시험 성적을 각각 3분의 1씩 반영해 선발한다.
현재까지 8만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당·정 부부장급(차관급) 이상 고위 간부의 30%가량이 김일성대학 출신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64년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으며, 김일성의 두 번째 부인 김성애는 영문학과 출신이다. 김 위원장의 아들 김정은과 이복동생 김평일 등 가족 대부분이 선후배 동문이다.

초대 총장인 허헌(1885~1951)은 사망 후 김일성이 직접 운구를 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주체사상 이론가이며 최고위급 탈북자인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1923~2010)도 김일성대학 출신이며 약 10년간 총장으로 재직했다. 현재는 남한에서 좌익운동을 하다 사형당한 성시백(1905~1950)의 아들 성자립(63)이 2004년 2월부터 총장을 맡고 있다.

평양직할시 대성구역 룡남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3개 단과대학, 15개 학부, 60여개 학과에 1만20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교육연한은 인문·사회과학부 4년6개월, 자연과학부 5년6개월이며 신입생은 1년간 예비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실제 졸업까지는 각각 5년6개월, 6년6개월이 소요된다. 학과에 상관없이 주체사상, 조선노동투쟁사, 당 정책 등 필수 ‘혁명교양’ 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들 비중이 전체 교과의 40%에 육박한다.
학생들은 재학기간 중 등록금, 교재, 교복, 기숙사비 등을 포함한 장학금을 받는다. 전액 국비 장학생으로 볼 수 있지만 ‘공짜’는 아니다. ‘애국 로동’이라 하여 연간 10~14주가량 건설현장이나 협동농장에서 의무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 6월부터 평양 10만호 주택건설 등의 마무리 공사를 위해 각 대학에 내년 4월까지 휴교령을 내린 상태다. 김일성대학 학생들도 새벽부터 건설현장 노력동원에 나서고 있다.

요즘 북한 대학생들은 일하느라 허리가 휘고 남한의 대학생들은 등록금 부담에 시름하고 있다. 남이나 북이나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어제의 오늘은 이번 호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