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으로 보는 ‘그때’

[경향으로 보는 ‘그때’]1999년 10월2일 중 건국 50주년 군사퍼레이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는 프로파간다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안으로는 국민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결속력을 다지는 한편 밖으로는 자국의 국방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1999년 10월2일자 경향신문(사진)은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국정부수립 50주년 기념식을 다뤘다. 행사는 1일 오전 10시 자칭린 베이징시 당서기의 개시선언으로 시작돼 50발의 예포발사, 국기게양, 국가연주, 열병식,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연설, 군사퍼레이드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장 주석과 주룽지 총리, 후진타오 부주석, 리펑 전국인민대회 상무위원장, 리루이환 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중국 지도부 전원이 참석했다. 장 주석은 정장 대신 1949년 마오쩌둥이 정부수립을 선포할 당시 입었던 것과 같은 인민복 복장을 했다.




행사의 꽃은 군사퍼레이드. 중국 사상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에는 육·해·공군 미사일부대 무장경찰 민병대 등 각종 군부대가 참여했다. 자체 제작한 페이바오 폭격기, 공중급유기, 전훙 7 폭격기와 탱크 화포, 제2포병의 전략미사일 등 많은 무기와 장비가 최초로 공개됐다. 또 행사에 나온 400여대의 각종 지상장비와 132대의 비행기 중 신형 무기와 장비가 95%에 이르렀다. 중국 관영 방송은 당시 퍼레이드에 핵미사일도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담화에서 장 주석은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21세기 중반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완성’을 천하에 공표했다. 대만과 대륙의 통일을 완성하고 동방의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화적으로 진보된 현대 사회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담화를 마친 장 주석은 차량에 탑승해 7분간 육·해·공군을 포함해 각종 부대를 사열했다. 장 주석은 사열하는 동안 낭랑한 목소리로 ‘동지 여러분, 안녕하시오’라고 인사했고 병사들은 이에‘우리는 인민을 위해 봉사합니다’라고 우렁차게 답례했다.

이날 톈안먼 광장에 모인 인원은 거리행진 군중 10만여명, 카드섹션 초·중·고생 10만여명, 열병인원 1만5000여명, 외교사절 등 외빈 6000여명 등 50만여명에 달했다. 거리는 수많은 꽃과 홍등, 풍선, 장식차량 등으로 원색의 물결을 이뤘다.

오는 9월3일 열리는 중국 전승절 행사는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클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행사 준비를 위해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공장 가동까지 중단했다고 한다. G2를 넘어 최강국의 이미지를 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승절 참석은 물론 열병식에도 참관할 예정이다. 북한과의 대치라는 현실과 한·미동맹의 틈바구니에서 중국 군사퍼레이드 참석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월 앞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는 것 같다.



박종성 경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