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으로 보는 ‘그때’

1990년 9월25일 ‘롯데월드 변칙허가 특혜 의혹’

롯데가(家)의 ‘막장 드라마’가 종반부로 치닫고 있다. 형제와 부자간의 막말과 폭로, 회사를 차지하기 위해 가족의 치부까지 적나라하게 들춰내는 형제간의 골육상쟁, 임직원 20만여명의 재계 5위 기업을 개인 소유물로 여기는 총수 일가의 인식, 손가락 하나로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총괄회장의 독단적 황제경영….

롯데가의 ‘막장 드라마’는 재벌그룹의 ‘민낯’을 드러내며 지배구조 개편의 당위성을 보여줬다. 순환출자 고리가 416개에 이르고, 80여개 계열사 중 상장사는 8개에 불과한 롯데그룹이 역대 정권의 특혜를 받아 비약적 성장을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향신문은 1990년 9월25일자 사회면 머리기사로 ‘롯데월드 변칙허가 특혜 의혹’을 단독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롯데월드 부지에 대한 건축허가 당시 서울시가 도시계획을 변칙적으로 변경하면서 허가해준 사실이 밝혀져 특정 재벌에 대한 특혜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1983년 (주)한양으로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동 3만8794.7평의 부지를 사들인 롯데에 대해 서울시가 1986년 6월2일 롯데월드 건축허가를 내주면서 1981년 12월 한양이 시유지를 불하받을 당시 불가능하도록 부대조건으로 명시돼 있던 백화점·쇼핑몰 등의 건립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또 기사에서 “롯데 측은 비업무용 토지 판정을 받은 롯데월드 맞은편 2만6671평 부지를 1988년 1월 서울시로부터 사들인 뒤 제2롯데월드 건립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롯데 측은 당초 이 부지에 33층짜리 건물을 짓기로 하고, 서울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나 구체적인 건축계획을 먼저 세우라는 이유 등으로 반송되자 1990년 1월 100층짜리 제2롯데월드 사업계획을 냈다가 비업무용 판정을 받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추진한 제2롯데월드 건립계획은 역대 정부에서 번번이 제동이 걸렸다. 인근에 공군기지인 서울공항이 있어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국가안보와 조종사 안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포기하지 않고, 애초 계획보다 층수를 높여 123층짜리 제2롯데월드를 짓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착공식을 열기도 했으나 서울공항 활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에서 숨통이 트였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서울시와 공군의 거센 반발에도 서울공항 활주로 각도까지 틀어가며 제2롯데월드 허가를 내줬다. 제2롯데월드가 ‘MB정부 특혜의 산물’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에 머물다 귀국한 지난 3일 김포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제2롯데월드 101층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그룹 후계자로서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1일 대국민사과와 함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80% 이상을 해소하고,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가의 ‘막장 드라마’가 ‘기승전-신동빈’에 그칠지 ‘기승전-그룹 개혁’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박구재 기획·문화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