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으로 보는 ‘그때’

1991년 8월18일 여름 휴가철… 공단마다 인력난

 ‘구인난’이 신문 1면 머리기사가 된 적이 있다. 24년 전인 1991년 경향신문 8월18일자 1면에는 ‘인력비상…공단마다 휴가미귀 급증’ 기사가 실렸다.

“전국 공업단지의 제조업체들이 여름휴가를 보낸 후 복귀하지 않는 근로자들이 많아 심한 인력난으로 조업을 단축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일손을 구하지 못해 도산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조업을 단축하는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여름휴가 후 귀사하지 않는 근로자가 최고 20%에 달한다. 이들은 휴가기간에 자리를 옮기거나 2~3개월 동안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임금에 살인적인 노동시간 탓이다. 이날 경향신문 13면에는 각 업체가 관리직원들을 동원해 ‘돌아오지 않는 직원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섬유기술진흥원 인력정보센터는 “지역 내 섬유업체의 구인 신청은 2000여명에 이르는데 구직 의뢰자는 고작 70여명”이라고 전했다. 구직난이 아닌 구인난이라니…. 취업 문이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은 요즘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1990년대 휴가철엔 이색적인 기사도 많이 실렸다. 경향신문은 1991년 9월12일자 ‘흥청망청 해외휴가, 올여름 10억달러 탕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휴가철 50일 동안 32만명이 출국해 1인당 3000~5000달러를 썼다고 보도했다. 사정당국은 해외 휴가를 다녀온 이들의 상당수가 골프·낚시·쇼핑 등 호화사치 여행을 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1998년 8월5일자에는 20년 후(2018년) 우주호텔에서 휴가를 즐긴다는 내용의 기사도 실렸다. 예상은 빗나갔지만, 당시 전문가들은 2003년쯤 우주관광이 시작돼 2020년에는 여행사마다 우주관광객 모집에 혈안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휴가는 누구나 가는 것일까.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1~5일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54.1%는 ‘휴가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휴가를 가지 않는 이유로는 ‘생업(사업)상 이유’ ‘휴가비용 부담’ 등을 꼽은 이들이 많았다. 휴가 때 지출 예상비용은 평균 64만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는 601만명, 평균 월급은 146만7000원이다. 휴가비로 64만원을 지출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에게 휴가는 24년 전인 1991년이나 올해나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올해도 어김없이 휴가철이 찾아왔다. 이 바다도, 계곡도, 도로도 몰려드는 인파로 몸살을 앓을 게 뻔하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그런 날올까.


강기성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