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으로 보는 ‘그때’

1962년 5월10일 남산케이블카 완성

남산케이블카는 국내 최초의 케이블카다. 1962년 5월12일 운행을 시작해 반세기가 넘도록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회현동 승강장에서 남산 중턱까지 605m. 지금까지 1700만 여명의 연인과 친구와 가족이 이 삭도(索道)를 타고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추억을 쌓았다. 지방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 중 가장 인기 있는 구경거리이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1962년 5월10일자에 ‘서울에 또 하나의 풍물시(風物詩)…’라는 표제를 달고 남산케이블카의 운행 개시를 알렸다. ‘은하수’와 ‘무지개’ 두 대의 케이블카가 부지런히 산을 오르내렸다. 손님은 한번에 31명이 탈 수 있었는데 안내원 1명이 동승했다. 좌석이 4개뿐이어서 대부분 서서 서울시내 전경과 멀리 굽이쳐 흐르는 한강을 감상했다.

남산케이블카가 설치된 이후 전국에 케이블카가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주도민들이 “자연경승을 파괴할 우려가 있다”며 한라산케이블카 사업을 수차례 저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금정산, 팔공산, 설악산, 치악산, 두륜산, 내장산, 대둔산, 금오산, 덕유산… 명산과 명승지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케이블카는 현재 45곳에 달한다. 관광용이 21곳, 스키용이 18곳이고 나머지는 화물용 및 방송총국 전용이다.

지자체들은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며 지금도 케이블카에 목을 매고 있다. 케이블카 천국인 미국조차 국립공원 안에는 설치를 불허하는데 국내 지자체들은 국립공원 내 설치를 못해 안달이다. 관광용 케이블카 21곳 가운데 통영 한려수도와 설악산 권금성 정도만 수익을 낸다는 걸 보면 ‘지역경제 활성화’ 명분도 공허하다.

최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시범사업을 승인했다. 1990년 덕유산 무주리조트를 끝으로 20년 넘게 지켜온 ‘국립공원 케이블카 불허’ 빗장을 풀어버린 것이다. 오색케이블카는 자연훼손과 경제성 부족 등의 이유로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나 부결된 사업이다. 그런데 “조기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죽은 사업이 ‘관’을 열고 되살아났다. “국립공원을 국립유원지로 만들 셈이냐”는 환경단체의 반발은 당연하다.

벌써부터 케이블카 설치 도미노 조짐이 보인다. 국립공원,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등 5개 보호구역이 중복 지정된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들어서게 되었으니 다른 지역이 가만있을 리 없다. 현재 지자체 30여 곳이 지리산, 소백산, 속리산 등에 케이블카를 놓기 위해 ‘맹렬히’ 뛰고 있다고 한다.

태어나선 태를 묻고, 살아서는 마음을 기대고, 죽어서는 육신을 묻는 곳이 우리네 산이다. 강을 망쳐놓았으면 산이라도 가만 둬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