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에서 읽는 오늘

길을 헤매지 않으려면

도대체 도(道)란 무엇인가? 유가(儒家)에서 도란 중요한 개념이지만 설명하기 어렵다. 맹자는 “대저 도란 큰길과 같은 것인데, 어찌 알기 어렵겠는가? 사람들이 구하지 않는 게 문제일 뿐이다”라고 했다. 연암 박지원은 도의 논설을 어렵다 하면서도 맹자의 이 말을 상기했다. ‘위학지방도발(爲學之方圖跋)’이란 글에서 말했다.

“무릇 도(道)란 길과 같으니, 길로써 비유해보자. 동서남북으로 길 가는 여행자는 먼저 거리가 얼마나 되고, 양식이 얼마나 들며, 지나는 주막·나루·역참·봉후의 거리와 차례는 어떤지를 자세히 물어, 일목요연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뒤에야 실지(實地)를 밟고 평소 발걸음에 길이 평탄한 법이다.”

조선시대 학자 연암 박지원 (출처 : 경향DB)


필자가 오랜만에 미국 여행에 나섰는데 길 찾기가 달라졌다. 전에는 자동차협회의 지도를 얻어 다녔지만, 이제는 구글맵의 길 안내가 유용했다. 그런데 그때그때 안내멘트에 의존해 자동차를 몰다가 순간 길을 놓치기도 했다. 운전자가 민첩하지 못한 까닭도 있겠지만, 초행길이 익숙하지 않은 데다 미묘한 분기점·연결점을 미리 파악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앞서고 분명한 까닭에, 그릇된 샛길로 빠지거나 엉뚱한 갈림길에서 방황하지 않으며, 또 지름길로 가다가 거친 덤불을 만날 위험이나 중도에 길이 끊길 걱정도 없게 되는 것이다. 이는 지(知)와 행(行)이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행동만 앞서면 헛된 시행착오를 저지를 수 있다.

도는 난감한 주제이나, 길에 관해서는 말을 좀 할 수 있겠다. 길은 하나가 아니다. 또 조금은 헤매도 괜찮다. 오히려 유니크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표가 분명하고 전체적 방향감을 잃지 않아야 다소 우회하고 헤매더라도 목표지점에 제때 도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길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한다.

공부법에 관한 그림과 해설을 수집해 만든 조연귀(趙衍龜)의 <위학지방도(爲學之方圖)>에 대해 연암은 평했다. “만약 배우는 사람들에게 이 그림으로 방법을 삼게 한다면, 밤에 등불이 걸린 것 같고, 소경에게 지팡이가 있는 것 같으며, 군사가 진도(陣圖)에 의거해 진을 치는 것과 같고, 의사가 처방에 따라 약을 쓰는 것과 같으며, 한편으로는 농가(農家)의 달력이 되고, 한편으로는 여행자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길을 가는 사람이 바람에만 몸을 맡길 수 없다. 길을 헤매는 느낌이라면 잠시 멈춰 서서 묻고 알아 두어야 한다. 내가 가려는 곳은 어딘지, 그 길은 어떻게 가는지.


김태희 | 실학21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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