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에서 읽는 오늘

재난구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에 관해 다산의 <목민심서>에는 언급이 없나요? 있다. ‘애민(愛民)’편 제6조 ‘구재(救災: 재난구제)’가 그것이다. ‘애민’편은 노인, 어린이, 곤궁한 자, 병자 등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왜 재난구제를 여기에 배치했을까? 재난의 고통은 사회적 약자일수록 심하게 겪고, 재난구제행정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할 수 없어서가 아닐까.

재난에는 늘 신속한 초동대처가 관건이다. “무릇 재난이 있으면 불에서 구하고 물에서 건지는 것을 내 것이 불타고 내 것이 물에 빠진 것처럼 조금도 늦춰서는 안된다(凡有災厄 其救焚拯溺 宜如自焚自溺 不可緩也).” 세월호 참사에서 아쉬웠던 점이다. 인근 어부들이 구조작업에 여념이 없을 때, 해경은 어찌 그다지도 냉정했던가.

재난은 사전예방이 우선이다. “환난을 생각하여 예방하는 것이 이미 재난이 발생한 후에 은혜를 베푸는 것보다 낫다(思患而預防 又愈於旣災而施恩).” 다산은 여러 준비 사례를 예시하고, 나아가 재난의 조짐을 놓치지 않고 슬기롭게 대처한 사례를 소개했다.

현대사회는 위험사회다. 편익에 따른 어느 정도의 위험은 받아들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위험이 편익보다 훨씬 크거나 편익을 받는 자와 위험에 처한 자가 다르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사실을 감춘다면 범죄라 할 만하다.


다산은 수재 방지대책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제방을 쌓고, 방죽을 만들어 수재를 막고 수리(水利)를 일으키는 것은 일석이조의 기술이다(若夫築堤設堰 以한水災 以興水利者 兩利之術也).” 방재 대책을 비용으로만 여기는 데에 대한 역발상이다. 안전이나 환경이 편익과 충돌되지 않고 오히려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 봐야겠다.

재해를 입은 사람은 생업과 일상이 파괴되어 버린다. 다산은 나라의 휼전(恤典)을 정성스럽게 시행할 뿐만 아니라 지방 차원의 구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재정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신적 위무이다. “재해가 지나가거든 재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무하고 편안하게 모여 살게 한다. 이것이 지방수령의 어진 정치이다(其害旣去 撫綏安集 是又民牧之仁政也).” 다산은 수령이 이재민의 손을 붙잡고 함께 목놓아 운 사례를 소개했다.

그 무엇이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을 위무할 수 있을까? 바로 진상규명이다. 어이없는 침몰과 구조실패가 왜 일어났는지 냉정하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한바탕 고성, 희생양 찾기, 음모론, 이념덧칠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아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김태희 | 실학21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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