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으로 보는 ‘그때’

1963년 ‘콩나물 교실’

조호연 사회 에디터





“한 교실에 80명, 90명씩 집어넣는 현상은 부득이한 것이겠지만 전 세계에 유례없는 일이에요. 일본만 하더라도 학급당 인원이 40명 정도입니다. 그들은 이 숫자도 많다고 야단인데 우리나라는 2배가 넘으니….” 


경향신문 1963년 10월23일자는 7면에 유진오 대한교육연합회장(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총의 옛 이름)의 인터뷰를 실었다. 소설가, 법학자로 고려대 총장을 지낸 현민 유진오 박사다. 유 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의 콩나물 교실의 현실을 통렬하게 꼬집고 있다.


그는 “취학 아동은 매년 느는데 국민학교의 부족 교실은 3만 교실이 넘고 한 교실에 콩나물시루같이 80, 90명을 집어넣고는 절대로 교육이 안 됩니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외국 사람들은 하품을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콩나물 교실에서는 개인 차에 의한 개별 교육을 할 수 없고,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격 존중, 타협, 겸양 등의 자세를 기르지 못할 뿐 아니라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교사대로 혹사당해야 하는 비교육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유 회장은 단기 대책으로 일주일 6일 수업을 5일로 줄여서라도 현재의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 사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현재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는 2010년 기준으로 24명. 폐교가 수백 곳이 넘고 서울에도 취학 아동이 10명 미만인 초등학교가 속출하는 판이니 50년 전의 교육 여건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처럼 들린다.


1인당 국민소득이 1864달러로 ‘보릿고개’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시절이었다. 오죽하면 유럽까지 운항할 수 있는 비행기가 없어 대통령 유럽 순방 때 서독에서 내준 비행기를 타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유 회장이 50년 전에 통탄한 교육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교육의 화두가 되고 있다. 제대로 된 교육과 교육 시설·환경은 별개의 문제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