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역사시리즈/한국전쟁 60년

(4)-2 복잡하고 일관성 없는 보훈제도

ㆍ정치상황따라 법률·예산 ‘뒤죽박죽’

김진우기자



우리나라 보훈제도는 사회적인 무관심과 함께 지나치게 복잡하고 일관성이 없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보훈예산의 경우 재정여건이나 정치사회적 상황에 따라 결정돼 운용이 비효율적인 데다 보상금 위주의 불균형 구조라는 특징이 있다. 보훈예산이 전체 정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년대 1%대 초반에서 올해 1.71% 정도까지 늘었다. 나라마다 예산편성이나 보훈제도가 다르므로 단순 비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더라도 미국 2.7%, 호주 5.3%, 대만 8.2% 등에 비해서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올해 보훈예산 중 76%인 2조6449억원을 보훈보상금이 차지할 정도로 편중이 심하다.



보훈 대상자가 지나치게 다양하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보훈대상은 7개 대상 법률에 따라 크게 독립유공자(순국지사, 애국지사), 국가유공자(전몰·전상·순직·공상 군경, 무공·보국수훈자, 6·25참전재일학도의용군인, 4·19혁명사망자·부상자·공로자, 순직·공상 공무원 등), 참전유공자, 5·18민주유공자, 고엽제후유증환자, 특수임무수행자, 제대군인 등으로 구분된다.



이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지원을 확대하려는 취지에서 법률이 마련된 탓에 일관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독립유공자가 이보다 상위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유공자와 함께 존재하고 있고, 4·19 희생자는 국가유공자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 반면 5·18 희생자는 5·18유공자법이라는 별도 법률의 적용을 받고 있다. 유영옥 경기대 교수는 “재일학도의용군이 국가유공자에 포함된다면 소년병이 포함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정부가 표를 의식해 그때그때 법률을 만들다보니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보훈 대상 법률들이 뚜렷한 원칙 없이 각각 제정되다보니 보훈 대상자들은 서로 자신에 대한 국가적 배려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국가적 배려를 요구하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도 반공·반탁관련자, 민주화운동관련자 등 추가적으로 보훈대상 포함을 요구하는 집단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렇다보니 존경의 대상이어야 할 보훈 대상자들이 어떻게 기억되느냐보다 어떤 물질적 보상이 뒤따르느냐는 문제에 매달리게 된다는 것도 문제다. 유 교수는 “유공자의 종류가 많고 관련 법이 수십 개나 되니 ‘아무나 국가유공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자연히 국민들이 보훈에 대해 제대로 알 리 없고 보훈 대상자에 대한 존경심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보훈의 성격을 재정립하고, 보훈 대상이나 보상금 등에 있어서 일관된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보훈 대상자를 국가유공자, 민주유공자, 순직유공자 등 서너 가지로 단순화하거나 종합적인 ‘국가보훈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정된 예산에서 물질 위주의 보상은 보훈 대상자들의 사기를 충족시킬 수 없는 만큼 정신적·상징적 보훈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