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역사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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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유 윤민용기자 vista@kyunghyang.com 함박눈이 소복이 내린 한겨울 아침이면 대문 앞에 배달된 우유를 가지러 나가기가 정말 싫었다. 일단 날이 추워 움직이기 싫은 데다 만지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우유병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일단 우유를 들고 집안에 들어오면 아침식사 준비로 한창 바쁜 엄마 뒤로 가서 우유를 데워먹겠다고 난리법석을 부렸다. 중탕할 냄비에 물을 넣고 끓인 뒤, 그 물에 우유병을 데우면 끝이었지만 이따금 병이 깨져 난감할 때도 있었다. 1970~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갖고 있을 추억이다. 그땐 마트에 가서 우유를 사는 것이 아니라 집집마다 보급소에서 우유를 배달시켜 먹었다. 학교에서도 급식으로 신청해 마셨다. 그 시절 우유는 어린이들이 먹고 자라야 할 완전식품의 ..
(1) 토정비결- 힘겨운 서민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해다. 국치 이후 이 땅에선 식민, 분단, 군부독재, 산업화, 민주화의 고비고비가 이어졌다. 그 사이 우리네 생활상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지난 100년간 필부필부들의 삶과 추억을 만든 풍속과 유행, 애용품을 통해 일상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송구영신(送舊迎新). 옛것을 보냈으니, 새것을 맞아들일 일이다. 그러나 새것을 맞는 것은 설레는 만큼 걱정스럽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정초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곤 했다. 올 한 해 우환은 없을까, 손재수는 없을까, 한 해의 신수(身數·몸의 운수)를 점쳤다. 점집에 가면 평생의 사주팔자까지 다 봐주지만 복채도 싸고 점괘도 알기 쉬운 토정비결이 신수풀이엔 그만이다. 토정비결은 신수를 점치는 책이다. 조선 중기 학자이자 기인으로 알려진 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