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에서 읽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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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의 마력 김태희 | 실학21연구소 대표 2013년 3월3일. 삼겹 3이 눈길을 끈다. 3은 ‘최소 다수’가 주는 충분함과 간명함에서 비롯된 몇 가지 마력이 있다. 우선 최소 3은 돼야 다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많으면 번거로워 과유불급이다. 세 가지면 충분히 다 말하면서도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3에 주목한다. 만세의 스승 공자도 교육에 ‘세 가지’를 잘 활용했다. 의 첫 부분은 세 가지로 시작했다. 한 유방이 진의 관중을 장악했을 때, 진의 가혹하고 번잡한 법령들을 폐지하고 단 3조항으로 된 약법삼장(約法三章)을 제시해 민심을 얻었다. 그가 천하를 얻는 데는 3인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후세에 ‘삼걸(三傑)’로 불리는 ‘장량, 소하, 한신’은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고 결합시켰다..
인재와 인재풀 김태희 | 실학21연구소 대표 나라 다스리는 일은 사람 쓰기에 달렸다. 그런데 막상 사람을 쓰자면 인재가 없다는 한탄이 따른다. 과연 그럴까? “열 집 사는 고을에도 반드시 성실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 있는데, 넓은 천하에 어찌 인재가 없다고 말하는가? 문제는 어진이가 스스로 나서길 꺼려 하고, 임금과 재상이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다는 데 있다.” 서애 유성룡(1542~1607)이 를 읽다 한 말이다(). 그는 ‘인재설’에서도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천리마를 알아볼 사람은 항상 있지 않다”는 당나라 한유(768~824)의 말을 상기시켰다. 인재는 얻고 쓰는 사람에 달렸다. 한신은 항우가 몰라봤지만 한나라 소하가 알아보고 붙잡았다. 이순신은 서애가 알아보고 천거했다.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이 알아보고 기..
오직 당일(當日) 김태희 | 실학21연구소 대표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무언가 하려면 오직 당일(當日)에 달렸다. 이미 지나간 날은 돌이킬 방법이 없다. 아직 오지 않은 날은 비록 3만6000날이 연이어 온다 해도, 그날엔 그날 마땅히 할 일이 각각 있으니 실제로 다음날까지 어떡해볼 여력이 없다.” 혜환 이용휴(李用休, 1708~1782)는 ‘당일헌기(當日軒記)’에서 내가 누리는 오늘 하루, 즉 ‘당일’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지나간 것은 뒤쫓을 수 없고, 오는 것은 기약할 수 없다. 그래서 정약용도 ‘어사재기(於斯齋記)’에서, “천하에 지금 누리는 것보다 더 즐거운 것은 없다”고 했다. 세월은 쉬지 않는다. “하늘은 스스로 한가롭지 않아서 항상 운행하는데, 사람은 어찌 한가로움을 얻는가?” 하..
이익의 당쟁 해법 김태희 | 실학21연구소 대표 성호 이익은 두 살 때 아버지가 유배지에서 죽었다. 당쟁의 결과였다. 그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던 둘째 형은 당시 집권세력이었던 노론을 비난하는 상소를 했다가 역적으로 몰려 매 맞아 죽었다. 역적 집안의 성호는 관직에 대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공부 대신 학문에 전념했다. 조선후기 당쟁의 결과는 참혹했다. 붕당(朋黨) 사이의 투쟁, 즉 당쟁은 왜 일어나는 걸까? 그때마다 당쟁의 명분은 거창했다. 그러나 성호는 ‘붕당론’에서 당쟁의 원인이 이익추구라고 단정했다. “붕당은 싸움에서 생기고, 싸움은 이해관계에서 생긴다. 이해관계가 절실할수록 붕당은 깊어지고, 이해관계가 오래될수록 붕당은 공고해진다. 형세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조선시대 학자 성호 이익 (출처 :경향DB) ..
보고도 속는 까닭 김태희 | 실학21연구소 대표 연암 박지원이 중국에 갔을 때다. 패루를 지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에워싸고 떠들썩하다. 얼핏 보니 싸우다 죽은 송장이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하늘에서 복숭아를 훔치다가 수위에게 맞아서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연암은 해괴한 소리라 여기고 얼른 자리를 떴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은 환술(幻術), 즉 마술이었다. 연암이 조선에 없는 구경거리를 놓칠 리 없었다. 중국 관리의 안내로 본격적인 관람을 했다. 마술사가 계란을 눈에 넣었다가 귀로 빼내고 콧구멍으로 넣었다가 뒤통수로 빼내는가 하면, 기둥을 등지고 두 팔을 뒤로 둘러서 묶어 놓았는데, 두 손이 묶인 채 감쪽같이 기둥에서 떨어져 나왔다. 매우 위험해 보이는 상황도 있었다. 칼을 하늘 높이 던지고 칼을 향해 입을 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