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으로 보는 ‘그때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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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도, 특감도 “한계” 곱씹은 이석수 “민정수석도 감찰 대상이다. 명백한 비위 행위가 포착되면 유야무야 넘어갈 생각은 결코 없다.” 이석수 청와대 특별감찰관(특감)이 지난해 3월24일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 친족이나 고위공직자의 ‘특별감찰반’을 가동할 수 있는 민정수석실과 업무가 중복된다는 질문이 꼬리를 문 자리였다. 1년 뒤 맞닥뜨릴 운명을 내다본 말이었을까. 이 특감은 “만약에 숨길 게 있어서 (감찰 대상자가) 거부한다면 수사의뢰가 갈 수 있는 것”이라며 “그 정도 고위공직자가 수사의뢰가 됐다면 그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록 계좌추적·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권은 없지만, “특별감찰관 권한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수사의뢰’ 칼을 내비친 것이다.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이 특감은 지난 ..
‘번뇌의 불’ 끄고 ‘성찰의 불’ 지핀 현각 스님 “일본 불교는 경직돼 있습니다. 중국은 종교가 정부의 통제 하에 있어 수행하기에 적당치 않습니다. 한국 불교는 생활 속에 살아 있어요. 대단히 깊고 심오합니다.” 21년 전, 현각 스님은 한국에 온 이유를 한국 불교가 세속을 떠나 ‘진리의 숲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경향신문 1995년 11월14일자). 가족과 연인, 안락한 미래를 포기하고 이 멀고 먼 이국땅 절간으로 찾아든 그는 최소한 10년간은 이곳에서 수련을 쌓을 작정이라고 했다. 그리고 25년이 흘렀다. 현각 스님은 1964년 미국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9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그의 속명은 폴 뮌젠. 어려서부터 수행자가 되고 싶어 했다. 가톨릭 중·고교를 나와 1983년 예일대에 입학해 서양철학을 전공했다. 인종차별정책을 펴는 남아..
김정주, 나락으로 떨어진 ‘게임왕’ 넥슨 김정주 대표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게임왕’이 되었다. 그는 빈손에서 출발해 거부의 반열에 올랐다. 부모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재벌 2세나 3세와 달리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서 올라갔다. 그래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아이콘이자 롤모델이었다. 경향신문 1997년 10월28일자 27면(사진)에는 김정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그는 인터넷 그래픽머드게임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의 영문판을 개발해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언론과 만났다. ‘넥슨 사장’이라는 직함이 어색할 정도로 앳된 모습의 ‘청년 김정주’는 “미국은 국내보다 10배 이상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이라며 세계시장 진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
‘못 말리는 검사’ 홍준표, 막말하는 ‘홍 트럼프’ 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62)만큼 거친 언사로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정치인도 드물다. 그에겐 별명도 많다. 서울지검 검사로 재직할 당시 ‘모래시계 검사’ ‘돈키호테’로 일컬어졌던 그는 국회의원 시절에는 화를 자주 낸다고 해서 ‘버럭 준표’, 의원들 기강을 잡는다고 해서 ‘홍 반장’으로 불렸다. 최근에는 막말을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 빗대 ‘홍 트럼프’ ‘막말 준표’란 별명이 그의 이름 석자 앞에 붙고 있다. 경남 창녕 소작농 집안의 2남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홍 지사는 가난에 짓눌린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합천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매일 10리(4㎞)를 걸어 등교했고, 점심은 수돗물로 때운 적이 많았다. 대구로 이사와 영남중·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동생이 방직공장을 다니며 학비를 댈 ..
특별감찰관 ‘1호 감찰’ 대상자 된 ‘시골 수재’ 우병우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기사가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최측근인 그를 둘러싼 의혹이 날마다 흘러나온다. 우 수석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우 수석은 1967년 1월8일 경북 봉화에서 교사 집안 장남으로 태어났다. 영주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그는 학력고사 전국 53위 성적으로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3학년이던 1987년 10월24일 경향신문 2면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명단(사진)에 ‘禹柄宇’라는 이름을 올렸다. 29회 사시 최연소 합격으로, 시골 수재의 ‘소년 등과’였다. 우 수석 이름이 경향신문에 다시 등장한 것은 1990년 2월28일자 14면이다. 사법연수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그는 서울지검 검사로 발령났다. 형사4부에 배속된 우 수석은 그해 12월25일에 ..
개선장군·피고소인 ‘정명훈의 만세’ 그가 두 손을 번쩍 들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자 리틀엔젤스합창단 소녀들이 그를 에워싸고 꽃다발을 안겼다. 가족과 음악계 인사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카퍼레이드 행렬이 지나는 연도는 인파로 물결쳤고 빌딩에서 색종이 비가 쏟아졌다. 서울시청 광장의 시민환영대회에선 젊은 예술가의 금의환향을 뜨겁게 축하했다. 1974년, 21살 정명훈이 차이코프스키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고 개선했다(경향신문 7월13일자). 차이코프스키 음악제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다. 벤 클라이번,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등 거장들을 배출한 피아노 부문이 특히 권위가 높다. 심사위원 23명 중 소련인이 14명이나 돼 공산권 참가자들에게 편파적인 대회로도 유명했는데 실제로 1위에서 5위까지 소련인이 독차지했다..
노역 선택한 대통령의 아들 사람 이름이 다시 법안에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지난 7일 발의한 ‘전재용 방지법’이다. 형법 69조2항을 개정한 이 법안은 벌금 미납자의 노역장 유치 한도를 현재의 3년에서 6년으로 두 배 늘리도록 했다. 벌금 회피 수단이 된 ‘황제노역’을 겨냥한 것이다. 2014년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일당 5억원으로 손가락질 받은 황제노역의 불씨는 전직 대통령 아들이 일당 400만원의 노역(965일)을 하며 다시 지펴졌다. 교도소에서 하루 8시간 봉투나 쇼핑백을 접고 제초 작업을 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노역 기간을 최대 3년까지 정해 벌금 많은 사람은 보통사람(5만원)보다 수십·수천배의 일당을 받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전재용씨(52)도 10년 전 임목비(나무값)를 부풀린 다운계약서로 ..
산골 출신 이정현, 박근혜의 ‘입’ 거쳐 언론의 ‘입’ 막다 두메산골 소년에서 여권 실력자 ‘복심’으로, 척박한 정치 환경을 이겨낸 선량에서 대통령의 ‘입’으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역정(歷程)이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난 이 의원은 국민학교 3학년 때 합동유세를 보고 국회의원이 되는 꿈을 꾸게 됐다. 광주 살레시오고를 거쳐 동국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1985년 전남도지사를 지낸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 총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민정당 당직자로 특채된 뒤 당료로 잔뼈가 굵었다. 이정현 의원은 경향신문 1995년 6월12일자 13면에 처음 이름을 냈다. 지방선거 광주시의원 후보 명단(사진)이다. 광산구 제2선거구에 민자당 공천을 받아 나왔지만 낙선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